수술에는 관심 없던 수의대생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수의대 학부생 시절 외과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술이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멀게만 느껴졌고, 추운 수술방에서 홀로 복잡한 기술을 수행하는 것보다는 동물들과 더 직접적으로 교감하며 보호자와도 라포를 쌓아가며 일할 수 있는 내과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외과와는 거리가 먼 수의대생으로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군 복무를 시작하고, 퇴근 후 동물병원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저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군 복무 중, 내 품에서 떠난 아이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저는 운이 좋게도 동물병원에서 무보수로 일을 배울 기회를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물 병원이라는 환경에서 간단한 실무를 배우는 것에 만족했습니다. 출근할수록 단순한 업무에 익숙해져가면서 조금은 전문적인 진료 경험도 쌓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도 늘고 실력도 좋아졌지만 점차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제 품 안에서 몇 마리의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따뜻했던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그 순간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정말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살릴 수 없었던 아이들, 그리고 부득이하게 제가 직접 떠나보내야 했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최후를 바라보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100배 더 살리고 싶다’는 목표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저는 마음속에 하나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내 품에서 죽어간 아이들의 수의 100배를 살리겠다. 그 목표는 앞으로의 제 진로애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줬습니다.

저는 동물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있어 외과 수술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점점 외과라는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외과 수술, 때로는 유일한 생명의 줄
특히, 심장 수술 같은 경우는 동물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일을 하며 지켜본 많은 아이들 중, 심장이 문제여서 호흡을 멈추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무력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심장에 대해 더 철저히 공부하고, 내과적인 진료뿐 아니라 시술과 개심 수술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외과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저는 이 분야를 평생의 목표로 삼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
저는 앞으로 심장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외과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내과적 진료와 시술, 그리고 개심 수술까지 섭렵할 계획입니다. 호흡이 멈춰가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남기고 싶은 세상에서의 흔적입니다.
제가 떠나보냈던 아이들이 저를 이 길로 이끌었다고 믿습니다. 그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저는 제 인생을 이 목표에 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나의 다짐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저는 이 선택이 제 인생애 큰 영형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었습니다.
이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남기고 싶은 흔적은 분명합니다. 수많은 동물들의 생명을 구하며, 사람들에게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 제가 외과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입니다.
글을 마치며
수술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직업이겠지만, 저에게는 평생의 목표이자 소명이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제 여정을 지켜봐 주십시오.
여러분도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읽어보고, 배우고 싶네요
'수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기이식 수의사 #2_ 해외 수의대생들이 이종간 장기이식을 바라보는 관점(PubMed) (0) | 2025.03.13 |
---|---|
장기이식 수의사 #1 고양이에서의 신장 이식 (DVM360) (1) | 2025.03.12 |
외과수술 봉합법: one hand tie, two hand tie (0) | 2025.01.06 |
2025 을사년 신년 목표: 새로움 보다는 꾸준함을 위해서 (2) | 2024.12.31 |
군복무가 핑계가 되면 안된다: 사회복무요원(공익)의 2025년 공부 시간 확보 방법 (6) | 2024.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