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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일기

108배 16일째: 지금 현재에 집중하다

과거와 미래는 없다

 

요즘 나는 나만의 칼을 가는 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나만의 철학을 견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것을 예리하게 표현하기 위해 글쓰기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철학을 쌓아가는 과정은 내 머릿 속에 지식을 집어 넣는 과정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그것을 나의 것으로 소화시켜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 둘은 반드시 동반될 때에만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내 철학 공부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불교' 공부이다.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불교를 접했고, 얼마 전부터 건강과 마음 공부를 병행하기 위해 108배를 선택했다.

불교 공부는 크게 교리를 공부하는 '교종'과 참선을 수행하는 '선종'으로 나뉜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철학 공부와 글쓰기처럼 병행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낮에는 독서를 하고, 하루 일과가 끝난 후에는 108배 수행을 하는 틀에 박힌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꽤나 만족스럽다 (이때 남들이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지와는 절대 비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어느덧 108배를 16일째 하게 되었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오면서 생각에도, 마음에도 변화의 씨앗이 심어진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108배만 해서는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석가모니도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신 후에야 깨달음을 얻으셨다.

우리도 물론 그 고통을 겪으면 지금보다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지만 사실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이것조차 불교의 시각에서는 '업'이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제쳐놓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만 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하다. 

더군다나 나를 평생 길러주신 부모님께 대한 도리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이런 사고 자체가 불교 교리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안다)

 

그때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책'이다. 

 

선대의 지식이 함축되어 있는 책을 읽는 것은 그들이 평생에 걸친 수행에서 깨달은 지식과 지혜를 우리는 단 몇 시간 안에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책을 토대로 그것을 기도할 때마다 떠올린다면 선대들이 깨달음을 위해 들였던 고생에 비하면 꽤나 적은 양을 투자하고, 

꽤나 빠른 시일 내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깊이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종교인이 아니지 않은가. 그것은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흡수하는 것에서 끝난 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지식은 접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점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내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실생활에 적용시키고, 절대적인 양이 쌓여야 진정한 '나의 것'이 되어 '나의 철학'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고민했다. 과연 어떤 지식을 흡수하여 나의 108배에 적용할지.

이때 중요한 건 여러 개가 아닌 '단 한개'이다. 

'단 하나'의 지식을 골라 나의 수행에 적용시키는 것이 가장 빠르게, 효율적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그 단 하나의 생각은 '지금 현재에 집중하자'이다. 

 

108배를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지금에, 호흡을 하는 지금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때 나의 '생각'에 집중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불교 가르침의 핵심 중 하나인 '무심함'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과 사물에 대해 판단하는 분별을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분별을 일으키는 것은 나의 '생각'이다. 

 

나머지 수행은 이제 내가 얼마나 많은 양을 쌓느냐에 달렸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 지내다 보면 못하는 날도 생길 것이다. 

미래에 내가 얼마나 하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 

그저 현재에 가까운 하루하루에만 집중해서 절 한 번 한 번에 집중하겠다.